우리가 중년기에 들어서면서 친구들이 있다는 건 왜 중요한가요?
중년이 되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퇴직 이후로 만나지 않게 된다든지, 아니면 이사 이후로 멀어지게 된다든지, 아니면 질병이나 사망의 과정을 통해서,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들로 인해서 친구의 영역이 좁아지게 됩니다.
이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이고, 동시에 이 친구들이 어떻게 변해갈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기를 맞게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중년 시기에 친구는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요즘 중년들은 SNS를 많이 합니다. 단톡방이 보통 8개가 넘습니다. 그 8개 중에 나는 주도적이고 인기가 많은 친구인지, 또는 내가 믿을 만한 친구들이 있는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중년의 친구, 두 가지 영역
중년의 친구는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생애 주기 상에 만난 친구, 또 하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만난 친구입니다.
어렸을 때 만난 친구가 같이 늙어가고, 중고등학교 때 동창들이 여전히 계속 동창회를 하면서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함께 익어가고 늙어가는 친구들이 생애주기 관점에서 봤을 때 바라보는 친구의 개념입니다.
이 친구들은 나중에 우리가 경조사를 몇 번 치르고 나면 옥석이 가려집니다. 경조사에 오는 친구와 안 오는 친구로 나뉘게 되죠. 또 정말 나를 위로하고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고 내가 기대고 싶고, 반대로 그 친구가 나에게 기대는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우정의 대상으로서의 친구는 얼마 남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중년 이후에 이런 생애 중심의 친구도 좋지만, 지역 중심의 친구도 많이 사귀어야 합니다. 지역 중심의 친구는 우리가 지역모임에서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주로 지역 종교단체의 친구들이 있지만, 공간을 중심으로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는 친구들이 생겨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10명이라도 있나요? 그 친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까요?
중년이 되어서도 친구를 잘 유지하는 분들은 자기의 스토리 안에서 친구와의 연결성을 갖습니다.
이를테면 내가 은혜 입었던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하거나 어린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 있던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돈까지 빌려줄 수 있으면 그걸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스로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사람을 친구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입니다.
에이브럼 매슬로우는 욕구의 5단계를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내가 질병에 처해 있거나 먹을 게 부족하다든지 했을 때, 이를 채워주면 그게 또 친구가 되고요.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면 그게 친구가 됩니다. 나를 어디다 끼워주면 그게 친구가 되고, 함께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도 친구가 됩니다. 내가 처해 있는 욕구의 상황을 누가 알아주는가에 따라서 내 친구냐 아니냐를 결정하더라는 것이죠.
오래 가는 친구의 조건
중년들이 선호하는 친구는 믿음직스러움보다는 유쾌함을 원했습니다. 즐거운 친구를 찾아가더라는 거죠. 혹은 즐거운 친구를 중심으로 관계망이 형성됩니다.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인간은 즐거움을 찾는 존재이고, 이 즐거움을 찾는 존재로서 가장 오랜 관계를 맺는 그 사람을 우리는 아마 친구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있을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을 찾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친구는 가족과는 다릅니다. 중년 이후에는 나한테 돈 빌려주는 사람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 돈을 빌리러 가는 사람이 친구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절박함이 많아지는 시기가 중년기입니다.
중년 친구의 세 가지 관계망
우리는 지금부터 나의 과거와 나의 현재와 그리고 나의 미래 합쳐서 세 가지 영역의 친구를 한번 찾아보아야 합니다.
일단 내가 지난 세월에 함께 나눴던 친구들을 머릿속에 빠르게 그 이름과 얼굴들을 떠올려 보세요. 주변에 남아있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이 분들이 첫 번째 친구예요. 이 친구들은 반드시 지켜야 될 친구이고, 앞으로도 놓아서는 안 되는 친구들입니다. 때문에 자주 연락하고, 만나면 적어도 두 번에 한 번은 밥을 사야 합니다. 그리고 만났을 땐 안 좋은 소리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항목을 잘 지키는 것이 바로 오랫동안 친구를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두 번째 현재의 친구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안 만났었는데 최근에 친구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중년 이후가 되면 이제 친구의 옥석은 없어집니다. 친구들을 가리기 시작하면 노년에 외로워집니다. 이제 친구들이 귀해지고 절실해지고 그리고 찾아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현재의 내 지갑에 현금과 같은 존재가 바로 나에게는 친구의 개념입니다. 그래서 직장 동료도 괜찮고, 아니면 내 동아리 혹은 어떤 종교단체 모임에서 만난 친구에도 괜찮습니다. 이 친구들은 앞으로 나와 미래를 만들어 갈 친구들입니다.
세 번째 앞으로 있을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미래에 창조될 친구들은 놀랍게도 내가 잘 나고 훌륭해서가 생기는 친구들이 아니라 내 옛날 친구들과 현재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창출의 결과들입니다. 기존의 관계망을 통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옛날부터 함께 했던 친구와 현재에 교류하는 친구, 그리고 미래의 생겨날 친구, 이렇게 삼중의 정서 연금을 들어야 합니다.
중년에는 이렇게 세 가지 관계망을 통해 친구를 통한 삶의 기쁨을 즐겨야 합니다. 친구는 가족과는 결이 다릅니다. 가족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도 친구와는 나누는 게,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아주 고유한 특성입니다.
만나라, 초대하라, 잘난 척 하지 마라, 즐겁게 놀아라
만나면 좋은 친구라는 말이 있는데요. 만나면 좋은 친구가 아니라 좋은 친구가 만나는 겁니다. 나를 만나러 오는 그 친구가 좋은 친구인 겁니다.
중년 이후에는 거절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선뜻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게 어려운 시기이고 ,,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서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시기에 나를 만나주는 그 친구는 어쩌면 가장 좋은 친구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친구를 만났을 때 뭘 해야 될까요?
반드시 인증샷을 찍으셔야 돼요. 친구를 만날 때마다 찍으셔야 합니다. 노년이 되면서 같이 찍은 사진이 놀라울 정도로 별로 없습니다. 친구들과의 추억을 기록하셔야 합니다.
또 하나는 초대에 응해야 합니다. 친구가 나에게 어떤 만남을 제안하면 정말 불가피하게 한 일이 아니면 그 자리에 가셔야 합니다.
미국에서 했던 여러 연구들 중에서 중년들이 어떤 식으로 친구를 사귀고, 좋은 친구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를 연구했는데, 그 특징들 중에는 배려, 연민, 나눔, 유머 등이 있는데 맨 마지막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부분이 바로 초대라고 합니다.
우리가 모임에 초대하면 정말 오는 사람들은 따로 있잖아요. 그럴 때 와 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어떤 친구는 지방에 내려가면 그 지역에 가는 친구에게 꼭 안부전화를 합니다. "나 여기 왔는데 너 못 만나고 그냥 올라가게 될 것 같아서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이거 아무것도 아닌 것 같죠. 이러한 행동은 '내가 너를 기억한다, 내가 너의 친구다'라는 걸 각인시켜주는 과정이기 때문에 만나지 않아도 관계가 깊어지는 것입니다.
마지막 우리가 잊지 말아야 될 게 있습니다.
중년부터는 만나면 잘난 척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자식 자랑은 하지 마세요. 살면서 제일 뼈 아픈 게 자식 문제이거든요. 자기 자랑은 이 자랑 저 자랑 다 해도 어차피 다 이래저래 비슷하게 늙었기 때문에 괜찮은데, 자식 자랑은 제일 뼈아픈 겁니다.
중년들이 친구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놀아야 합니다. 요즘도 100세 넘게 사는 노인들을 많이 뵙는데, 앞으로는 우리 중년들이 100살에 죽을지, 130에 죽을지, 150에 죽을지 모르는 세상이 도래합니다.
잘 노는 자가 행복한 자라고 했습니다. 근데 혼자 놀면 재미없어요. 혼자 밥 먹어도 맛이 없습니다. 친구랑 먹어야 맛있어요. 친구랑 같이 놀아야 재미있습니다. 친구랑 같이 있어야 그게 또 추억이 되는 겁니다. 그래야 또 친구랑 또 만나거든요.
외롭지 않은 중년을 사는 법, 친구와 만나서 재밌게 놉시다!
* 이 글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님의 세바시 강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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